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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류 그리고 미래

[GAI.T 칼럼] AI 시대의 인재와 교육

by GAI.T & a.k.a Chonkko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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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되는 인공지능(AI)

 

AI와 소통하는 소년 created by Dall-E

 

AI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이미 전세계에서 1억 8천만명이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생성형 AI 기반대화형 플랫폼으로 챗GPT가 출시된지 겨우 1년이 지난 시점이다. 
 
AI 시장의 흐름도 바뀌었다. 구글, 오픈AI와 MS, 아마존, 메타 등 대기업 중심의 AI 모델 경쟁에서 이제는 AI 서비스 경쟁이라는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수많은 응용 AI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AI는 흥미를 넘어 대세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최근 SKT에서는 실시간으로 전화통화를 통역해주는 AI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내년 1월 공개되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내장형 AI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머지않아 과거 인터넷이나 핸드폰이 그랬던 것 처럼 AI는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세대가 인터넷을 맞이하듯 생각보다 빠르게 AI가 일상이 되는 세상은  대부분의 우리에게 낯설 수 밖에 없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발빠른 사람들이 이미 인터넷을 사용해 앞서나가고 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고 흥분할 만도 하다. 한 유명 테크 인플루언서가 얘기했던 것 처럼 당분간 세상은 'AI를 사용하는 자'와 AI를 사용하지 않는 자'로 나뉠 것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90년대초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책 자체는 1980년에 출간되었다)을 읽고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있다. 무릎만 탁 치고 끝난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요새 다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새로운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연륜이 쌓인 눈으로 변화를 대비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남들 보다 앞서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챗GPT를 써보면 한 가지 느껴지는 바가 있다. 챗GPT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는 소통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챗GPT에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놓도록 이리 저리 지시를 하다 제풀에 지쳐 그냥 하던 대로 구글 검색창을 열곤 한다. 물론 현재의 AI 수준이 아직 인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AI가 인간과 달리 AI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아직 내가그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AI와 소통하는 법

 

AI가 일상화된다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AI와 소통하는 법이다. 미국에서 살려면 영어를 배워야 하듯 말이다. 영어의 문법 처럼 AI의 문법을 배워야 한다.  다만 AI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 꼭 대형언어모델(LLM)이라던가 머신러닝, 딥러닝, 트랜스포머, 강화학습 등 생성형 AI의 복잡한 기술적 내용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생성형 AI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 즉 자연어를 얼마나 더 잘아듣느냐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 즉, 자연어, 일상어를 통해 소통을 한다는 바로 이 특징이 최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물결을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코딩 같은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계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냥 친구에게, 동료에게, 또는 부하직원에게 말하는 것 처럼 AI에게 말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이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닮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술, 그래서 인간처럼 인간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기술 그 것이 바로 인공지능, AI 기술이다. 그래서 AI와 소통하는 법은 인간과 소통하는 법을 닮아 있다.

 

AI의 태생에 대한 이해

 

코딩같은 기술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소통하기 위해 그 사람의 배경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처럼, 생성형 AI의 태생을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AI와 대화하는 것이 쉬워진다. 기술적으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면 되겠지만, 그에 앞서 지금의 딥러닝에 기반한 AI 모델 자체가 수많은 책과 문서, 인터넷 글 들을 바탕으로 일종의 합성지식(synthesized knowledge)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와의 대화에서 챗GPT 스스로 밝힌 바를 인용하자면, 챗GPT의 지식은 공개된 데이터, 훈련 목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혼합한 다양한 정보소스의 한계 내에서 폭넓게 정보를 합성한 지식이다. 훈련받은 지식들을 합성해서 딥러닝이라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기능을 거쳐 '가장 그럴듯한 답'을 내놓도록 훈련을 받아 탄생하는 것이 바로 생성형 AI이다.
 
'가장 그럴듯한 답'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소위 생성형 AI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환각 문제는 사실 그 태생상 당연할 수 있다.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이 AI의 환각을 환각이 아닌 착각으로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태생적 한계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논리의 많은 부분이 경험적 지식에 기초한 귀납적 지식이며 귀납적 지식은 연역적 진리와는 달리 100% 정확한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사실 인간이야 말로 수많은 착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AI에게 무오류의 지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착각이다. 애초에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는 '검색'을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은 생성형 AI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제쳐두고 약점이 있는 기능을 사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AI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상상의 기술

 

생성형 AI가 잘 하는 일은 그러면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생성형 AI는 생성을 잘한다. 사람이 지시하는 내용을 받아서 가장 그럴듯한 글, 그림, 동영상을 뚝딱 만들어낸다. 복잡한 코딩이 아닌 일상적인 자연어로 지시하는데도 말이다. 주목할 것은 여러 사람이 똑같은 AI를 사용해도, AI는 지루한 지시에는 지루한 결과를, 흥미로운 지시에는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내리는 지시를 받아 재기발랄한 그림을 그려내는 미드저니나 스테이블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을 보면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진다. 상상의 기술이야말로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가장 그럴듯한 답'을 낸다는 것이 AI의 약점이 아니라 특징이라고 한다면,  AI 시대는 그런 AI를 활용해서 그럴듯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될 것이다. 
 
사실 인간의 지식과 경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천재와 범재의 차이는 가지고 있는 지식의 분량의 차이라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의 차이다. AI는 이러한 천재와 범재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AI가 학습한 방대한 지식이 인간의 지적 능력이 가진 시공간적 한계를 극적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제의 지식을 다양한 관점으로 혼합하고 활용하여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AI 시대를 리드하는 그룹이 될 것이다. 

 

AI 시대와 지도자의 덕목

 

AI 시대에 중요한 또 하나의 역량은 지시를 내리는 역량이다. 보통 우리는 지시를 내리는 것 보다 지시를 받는 것에 더 익숙하다. 학교에서는 학생으로, 회사에서는 직원으로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릴 만한 위치에 오르기 까지는 대부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운이 좋으면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릴만한 연륜이 쌓이기고 지시를 내리는 지위에 오르기도 한다. 좋은 지도자나 상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지시를 내린다. 알아듣기 쉽고, 목표가 명확하며,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파악하여 아래사람에게 적합한 지시를 내려 서로 피곤하지 않으면서도 일이 잘 이루어진다. 특히, 훌륭한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잠재력까지 발휘할 수 있도록 지시를 통해 길을 알려준다. 
 
생성형 AI는 어찌 말하면 나의 지시만을 바라보고 있는 아랫사람이다. 무엇을 질문하든, 몇 번을 지시하든 나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불평불만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지식의 양이나 계산 능력, 외국어 능력 등 인간의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적 역량은 나를 훨씬 뛰어넘는 직원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현재 수준의 챗GPT나 구글 바드 등만 하더라도 사람으로 따지면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100여명의 인턴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 잠재력을 어디까지 발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얼마나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AI 시대의 인재상과 교육

챗GPT와 대화를 하다보면 내 질문의 수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 좋은 질문을 하게 되니 더 좋은 답변이 나오지만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피상적인 질문을 할 때는 그 답변 수준도 매우 낮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은 학생의 질문만 들어도 공부를 해온 학생인지 아닌지를 단 번에 알아본다. 즉, 대개는 내가 많이 알아야 그만큼 좋은 질문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을 배우고 전문성을 기르는 필요성이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경험이 많은 능력있는 상사가 좋은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낙하산으로 온 상사가 많은 경우 좋은 상사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다만, 초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사회 초년생이든 아니면 연륜있는 중견 사업가든 AI는 똑같은 (엄청난) 기본 능력을 갖추고 사용자의 지시를 기다린다. 그렇다면 설사 초등학생이라 하더라도 더 좋은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다가온 AI 시대에는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연륜을 뛰어넘는 유연한 사고와 상상력, 다양한 범위의 지식을 혼합하여 가능성을 확장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지식과 경험의 차이는 가뿐히 극복하게 해줄 유능한 AI 비서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도 이제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지식을 활용하는 법,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하는 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일을 설계하여 지시를 내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고, AI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은 수능 점수를 기록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지시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면 새로운 물결에 뒤덮인 세상에서는 결코 앞서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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