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와 인공 다이아몬드
인공 다이아몬드가 젊은 세대에서 인기다. 연구소(Lab)에서 만들어진다 해서 '랩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 이 인공 보석은 화학적 구조가 천연과 똑같다. 그래서 전문가의 육안으로도 천연 다이아몬드와 잘 구분이 안되지만 가격은 1/6 수준이라 점점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영롱함을 지녔지만 원래는 1,000만원짜리를 약 160만원에 살 수 있다니 당연히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고 싶어한다. 왜 일까?
산삼이 인삼보다 귀하게 대접받고, 천연 광어가 양식 광어보다 비싸다. 양식굴과 천연굴이 눈 앞에 있으면 천연굴에 손이 간다. 가공기술, 양식기술, 제조기술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천연으로만 구할 수 있던 귀한 것들이 양식, 인공의 이름을 달고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천연, 즉 오리지날의 인기는 계속된다.
생성형 AI 이미지에서 시작한 AI 예술의 등장
요사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로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리면 누구나 손쉽게 창작이 가능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이미지 사이트 미드져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의 놀라운 성능에서 시작한 AI 예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생성형 AI 기술이 소위 멀티모달로 진화하면서 예술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Suno라는 AI 음악 사이트가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팝이면 팝, 재즈면 재즈 못 만드는 장르가 없다. 그저 사용자는 몇 마디 말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채팅창에 적어 넣을 뿐이다. 시각 예술 분야는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이미 미드저니라는 유명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는 2023년 11월 기준 1,600만명이 사용하고 있고, 스테이블 디퓨전 서비스도 10월 기준 1,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같은 실사부터 웹툰, 게임, 심지어 클래식한 그림까지 프롬프트만 잘 적어넣으면 전문가 뺨치는 그림이 몇 초 만에 만들어진다.
창작 영역은 인공지능이 넘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지난 1년간 인공지능이 보여준 예술적 재능은 평범한 인간은 훌쩍 뛰어 넘었다. 설사 그것이 수많은 인간의 창작물을 데이터로 훈련받아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따라 조각조각 모방한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생성형 AI 예술 vs 인간의 예술
그러면 이런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예술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징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천연다이아몬드와 랩다이아몬드는 같은 다이아몬드지만 그 가치를 인간은 달리 매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화학적인 구조에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자연이나 기계가 아닌 바로 인간이 매긴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은 오리지널을 동경한다. 복제품이 아무리 그럴 듯 하더라도, 심지어 질적으로 더 뛰어나더라도 오리지널을 선호한다. 한 작품, 한 물건에 깃든 인간의 스토리, 인간의 열정, 인간의 노력,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라는 그 희귀성이 오리지널에 가치를 부여한다. 최소한 인간은 그렇게 생각한다.
프랑스의 명품 핸드백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생산기술의 발달로 공장에서 얼마든지 뛰어난 품질의 핸드백이 양산되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고지식하게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가죽을 꿰메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명품 핸드백 회사들은 산업혁명이 바꾼 세상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 회사의 그 장인들만 만들어내는 그 오리지널리티를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예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성형 AI는 누구나 음악이나 그림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하겠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가치는 결국 인간이 매기고, 인간은 오리지널을 선호한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에 인간은 가치를 그렇게 많이 부여하지는 않는다. 예술작품이 인공지능으로 양산될 수록 이런 시대를 버텨낸 예술가의 영혼이 담긴 오리지널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날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에도 살아남은 명품 회사들처럼 말이다.
재능있고 열정있는 예술가들이 인공지능 시대를 극복하고 인간의 오리지널리티를 지켜내기를 응원한다.
by G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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